편의점이나 마트의 계산대 부근 늘 자리 잡고 있는 자일리톨 껌을 모두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껌 하면 자일리톨이 생각날 정도로 우리에게 친근한 이 성분이 우리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논문 결과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과연 어떤 논문을 근거로 자일리톨 껌과 심혈관계 질환이 평가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자일리톨이란 무엇인가?
먼저 자일리톨에 대해 알아보자. 자일리톨은 천연 감미료로 충치가 발생하기 좋은 환경인 산이 형성되는 과정이 없어 충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특히 칼슘과 비타민D와 더불어 건강기능식품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인 "질병 발생 위험 감소" 등급에 속하는 원료 중 하나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이 자일리톨은 식물에서 추출해서 만들며 2차 세계 대전 때, 구하기 힘든 설탕을 대체로 사용되기 위해 시작했다. 자일리톨은 당의 함량이 0%이기 때문에 설탕을 대체하면 큰 이득이 있을 걸로 오인할 수 있으나 오히려 이 자일리톨도 탄수화물이기 때문에 탄수화물이 분해되며 당이 생기고 이에 따라 혈당이 올라간다. 다만, 당의 급상승에 치명적인 기저질환인 당뇨와 같은 병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설탕을 대신해서 사용하면 설탕보다 흡수 속도가 느리고 혈당 수치와 인슐린을 더 천천히 올리기 때문에 설탕 대비 이점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자일리톨은 역시 충치 예방 효과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충치균은 입 안에서 번식하기 위한 에너지로 당을 사용하는데 자일리톨도 당과 구조가 비슷해서 충치균이 흡수하지만, 구조상 세균의 세포 번식에 정상적으로 사용될 수 없고, 그렇기에 에너지원의 부족으로 충치균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며 죽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일리톨을 과다 복용할 경우엔 탄수화물의 분해로 인해 당이 생성되기 때문에 충치균 예방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2. 자일리톨의 부작용
그렇다면 자일리톨의 알려진 부작용은 무엇일까? 현재로 알려진 부작용들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당알코올 성분이기 때문에 분해가 잘되지 않을 수 있어 너무 많이 복용하게 되면 엄청난 위장 장애와 설사, 배가 아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아마 자일리톨 껌 뒤에 경고문구가 써진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알려진 적당량은 성인 30그램, 어린이 20그램 정도로 일반적인 껌 1개에 1그램 정도가 들어있으니 이를 지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과는 달리 강아지에게는 굉장히 치명적일 수 있다. 독극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하니 강아지가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3. 자일리톨 관련 발표된 심혈관계 질환 논문
그럼 새로운 연구에서 자일리톨과 관련되어 발표된 심혈관계 질환은 어떤 내용인가?
유럽 심장 저널에 2024년 7월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3000명 이상의 금식 중인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진행했고 그들의 혈중 자일리톨 농도와 심혈관계 사건 발생 사이의 관계를 확인했다. 이들은 3년 동안 추적관찰이 되었고, 그동안 일부 참가자가 뇌졸중, 심장마비와 같은 심혈관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연구자들에 의하면 이러한 심혈관 사건을 겪은 사람들의 자일리톨 혈중 농도가 모두 높았음이 확인되었다. 다만, 자일리톨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당알코올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딸기, 시금치, 양상추 등에도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연구 내 심혈관계 질환을 경험한 사람들의 혈중 자일리톨 농도가 왜 높은지에 대해 설명되어 있지 않은 점이 아쉬운 부분이다. 본 연구에서는 연관성은 확인이 되었지만, 심혈관계 질환이 높은 자일리톨의 혈중 농도 때문인가에 대한 인과 관계는 확정할 수 없다. 논문에서 자체적으로 언급한 한계 또한 있다. 자일리톨의 화학적 특성상 자일리톨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면 자일리톨의 혈중 수치가 6시간 뒤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에 연구에서 조사된 혈중 자일리톨 농도와 심혈관계 질환의 연관성은 식품으로 섭취한 자일리톨이 아닌 체내에서 자체적으로 생성된 자일리톨과 관련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다. 더불어 연구자들은 10명의 건강한 지원자에서 자일리톨로 달게 만들어진 음료를 마시기 전과 후의 혈액을 채취하여 혈전이 더 쉽게 만들어지는지도 확인했는데, 이때 지원자가 섭취한 자일리톨은 30g/300mL였다. 이 음료를 복용한 후, 자일리톨의 혈중 농도가 1000배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는데 과연 현실적인 결과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체내 혈중 자일리톨의 농도는 매우 낮아 거의 0에 가깝기 때문에 갑자기 자일리톨을 과다 복용하여 농도가 1000배 증가했다고 하는 부분이 의학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생각이 든다. 다만, 일부 동물 연구에서 동물에게 자일리톨을 투여하면 동맥이 손상된 부위에 혈전이 더 빠르게 형성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흡수하는 원리가 인간과 동물에게서 굉장히 다르기 때문에 이 또한 인간에게 외삽하여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확실히 부정적인 뉴스에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친근한 자일리톨이 무려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문을 보고 필자인 나도 깜짝 놀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제한점이 많이 보였고, 과연 이 연구 결과 때문에 내가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평소 하루 1개 섭취하던 자일리톨 껌을 먹지 않을 것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흥미 있는 연구 결과이긴 했으나 우리 일상생활에 적용하기엔 아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결론지으며, 뭐든 적당한 게 좋다는 역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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